동물복지 유정란과 함께 알아보는 닭의 사육환경 [동물복지 인증마크]

혹시 달걀에 적힌 끝번호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달걀에 적힌 끝번호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에 적힌 번호가 달걀을 낳은 닭이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지 말해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달걀에 적힌 동물복지 인증마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달걀에 적힌 인증마크 읽는 법 

 

 

직접 만들어본 그림표이다. 

처음적힌 4자리 숫자는 닭의 산란일자를 의미하고 중간에 적힌 알파벳은 농장고유번호이다.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달걀에 적힌 마지막 숫자에 주목해야 한다. 이 숫자를 보고 산란계의 사육환경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육환경은 총 1부터 4까지 있다. 

 

사육 환경번호 1 (자연방사)

방사 사육으로 닭을 풀어서 사육

사육 환경번호 2 (계사 내 평사)

개방된 사육장에서 닭이 지냄. 닭은 평사 기준 면적인 "㎡당 9마리" 를 충족하는 시설에서 사육.

축사 내 개방형 케이지도 여기에 포함

사육 환경번호 3 (개선된 케이지)

기존보다 넓힌 철창 닭장(마리당 0.075㎡, 약 0.023평)에서 닭이 사육.

사육 환경번호 4 (기존 케이지)

사육밀도가 마리당 0.075㎡ 미만인 경우로, 기존 케이지(마리당 0.05㎡, 0.015평)에서 닭을 키움.

 

배터리케이지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

 

이전 밀집 사육 케이지 면적 0.04㎡
현재 밀집 사육 케이지 면적 0.075㎡
(비교를 위한) A4용지 면적 0.06㎡ 

몇 년 전만해도 양계장에서 달걀을 낳는 산란계는 A4용지보다도 작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야했다. 배터리케이지란 닭들을 밀집 사육할 수 있도록 철망으로 만든 케이지를 말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달걀은 배터리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산란계가 낳은 달걀이다. 닭의 지능이 사람 나이 4살 정도라고 하는데 4살짜리 아이가 평생을 자기 몸만한 공간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이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일이다. 

 

닭의 습성과 배터리케이지 시스템이 제한하는 닭의 습성 (출처: 동물자유연대)

▶닭의 습성 

˙ 자연 환경에서 닭은 대부분의 시간을 먹이를 찾는데 보낸다. 탐색을 위해 쪼거나 긁는 행동을 자주한다. 

˙ 닭은 서열 관계로 이뤄진 소규모 그룹을 형성한다.

˙ 나무에 올라가 있길 좋아한다. 밤에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올라가기도 한다.

˙ 산란 전 암탉은 둘러싸인 공간을 찾고 알을 낳을 둥지를 만든다.

˙ 깃털을 고르거나, 모래 목욕을 하거나 날개를 퍼덕거리는 행동을 주기적으로 한다. 

 

▶배터리케이지 시스템이 제한하는 닭의 습성  
→둥지 트는 습성  
둥지를 트는 행동과 안전한 둥지 안에 알을 낳으려는 욕구는 암탉의 매우 강한 본능이다. 알 낳을 장소를 탐색하는 행동, 산란 전 웅크리고, 앉고, 긁는 행동, 알을 낳은 후 앉아서 알을 품는다. 배터리케이지에서 사육되는 암탉이 겪는 가장 심각한 행동 문제는 둥지를 틀지 못하고 배터리케이지에서 사육되는 것이라고 한다. 케이지에 갇혀 둥지를 트는 습성을 충족 받지 못하고 한 자리에 서서 알만 낳는 암탉은 둥지를 트는 시늉을 하는 좌절 행동을 보인다.

→둥지 트는 습성   먹이 찾기
먹이를 찾는 습성은 땅 속에 숨겨진 먹이를 찾으려 부리로 쪼고 땅을 긁고 탐색하는 행동을 말한다. 자연 상태에서 닭은 깨어있는 시간의 50~90%를 먹이 찾는 활동으로 소비하며, 하루에 15,000번 이상 쪼는 행동을 한다. 
→모래 목욕
모래 목욕은 닭이 몸에 묻은 이물질이나 기생충을 없애고, 깃털을 좋은 상태로 만들기 위해 하는 습성이다. 흙을 등이나 날개로 뿌리거나 깃털 속으로 문지른 다음 몸을 털어 다시 빼낸다. 모래 목욕에 대한 욕구가 강한 닭은 모래 목욕이 가능한 흙과 같은 깔짚이 있는 바닥을 매우 선호한다. 제한되지 않은 환경에서 암탉은 2틀에 1번꼴로 모래목욕을 하며 한 번에 약 30분가량 지속한다.  단지 서있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배터리케이지에 사육되는 닭들은 스트레스로 인해 함께 갇힌 다른 닭의 깃털이나 항문을 쪼는 문제행동을 보인다. 
→횃대 오르기(perching)닭은 횃대에 오르려는 습성이 매우 강하다. 밤에 포식자나 적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던 습성은 사육되는 닭에게도 그대로 나타난다. 충분한 횃대가 없는 경우 닭들은 밤에 횃대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매우 격렬히 싸운다. 횃대로의 접근이 억제된 닭들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특히 해질녘 움직임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배터리 케이지에 사육되는 닭은 평생 횃대로 올라갈 기회가 없고, 전 생을 철망 바닥 위에서만 보내게 된다.

 

 

육류산업의 민낯을 보여주는 도서인 "육식의 딜레마"에서 동물이 누릴 다섯 가지 자유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1. 배고픔이나 목마름으로부터 자유 

2. 불편으로부터 자유

3. 고통, 부상, 질병으로부터 자유

4.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자유

5.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 자유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유정란과 시중에 파는 평범한 달걀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물복지 계란이 비싸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시중에 파는 달걀이저렴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모든 닭들이 케이지사육이 아닌 자연방목으로 키워지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