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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정보/일상이야기

20대 여자 항문외과 가서 치질 진단 받은 후기 1탄

by jeaniel 2020. 12. 5.

오늘은 조금 더러운 치질에 관한 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마 이 글의 마지막은 치질수술로 마무리가 될 것 같아요ㅋㅋ

 

2020년 12월 2일 수요일

평소 모닝똥을 하는 나는 이 날도 어김없이 일어나자마자 큰 일을 보러 화장실을 갔다. 

근데 오마이갓....뒤처리를 하려고 했더니 새빨간 피가 보이는 게 아닌가??? 변기를 보니 변기물이 온통 빨갛게 될 정도로 피가 나온것이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지만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고 핸드폰으로 혈변을 검색하며 달달 떨었다....혈변을 치니 바로 보이는 단어가 대장암이었다. 속으로 계속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자기 최면을 하며 집 근처 내과로 향했다. 병원에서 대기하는 동안 또 다시 폰으로 폭풍 검색....대기하는 중에 혼자 병 진단 내리고 난리 부르스를 (속으로) 떨었는데 아주 폰의사가 따로 없었다.

 

의사선생님한테 증상을 얘기하니 의사선생님이 뭐라 뭐라 말씀하셨는데 이 날 너무 긴장하고 불안해서 기억상실 증세로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중간중간 들렸던 단어 중 그나마 기억나는 건 나름 젊은 남자의사쌤이 '치열'이라는 단어를 아주 조심스럽게 언급하셨던 것과 정 불안하면 소견서를 써줄 테니 큰 병원에 검사를 받으라는 말이었다. 나는 치열보다 큰 병원이라는 말에 꽂혔고 병원문을 나오는 순간부터 마지막 잎새 여주인공에 빙의되었다.

 

2020년 12월 3일 목요일

큰 병원에 전화를 걸어 내 증상과 소견서에 적힌 내용을 말하며 (나는 당연히 대장내시경을 할 줄 알고) 가기 전 금식이라던가 기타 주의사항이 있는지 물어보앟다. 우선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마지막에 "과가 바뀔 수도 있어요"라는 말이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수화기 너머로 혹시 치질아닌가? 하는 웅성거림에 가까운 말도 언뜻 들렸다. 주변 지인들한테도 증상을 말했더니 치질 아니냐고 말함. 치질? 치질? 난 20대 여자인데 내가 치질일 수도 있다고? 나에게 치질의 이미지는 40대 이상의 아저씨가 걸리는 병인데(=우리 아빠)..내가 치질이라고? 에이, 설마....하면서도 손은 자연스럽게 치질을 검색하고 있었음...ㅋ

치질의 증세로 새빨간 혈변과 항문 밖으로 X꼬가 튀어나온 느낌이 있다고 하는 글을 봤다. 평소에 ×꼬를 만 질 일이 없으니 튀어나온 건 몰랐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누가 볼세라 방문을 꼭꼭 잠그고 옷장 전신 거울을 통해 엉덩이를 보았다. (아무도 없지만 수치스러움 무엇?) 엉덩이를 보니 무언가가 튀어나와있었다ㅋㅋㅋ 살짝 만져보니 튀어나온 것이 100% 맞았음. 이 때부터 치질인 것 같다는 마음 70%와 아닐거야, 무슨 내가 치질이야 하는 애써 부정하고픈 30%의 싸움이 계속 되었음

 

2020년 12월 5일 토요일

사실 혈변이랑 X꼬가 튀어나온 탈항만 있을 뿐 항문 통증은 전혀 없던지라 항문외과로 발걸음을 향하면서도 가지 말까 수도 없이 고민했다. 정말 항문이 미칠듯이 아프고 아, 병원 밖엔 답이 없다, 는 마음이 들었으면 당장에 병원을 향해 폭풍질주했겠지만 통증은 없던지라(아직 쓴 맛을 못 봐서 그런지) 남에게 내 항문을 보여야 한다는 수치스러움이 더 크게 느껴졌음ㅋ 그 와중에 엄마는 엉덩이 부분만 잘린 바지를 입을 거라는 말을 해서 가뜩이나 가기 싫은 항문외과를 더 가기 싫게 만들었다ㅎ

 

항문외과에 도착하니 아저씨 2명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후...생각보다 사람은 없어서 다행이군. 차트를 작성하고 대기를 하던 중에 한 아저씨는 뻘쭘했던 건지 병원을 나가서 밖에서 대기하심ㅜㅜ 나도 고개를 푹 숙이고 힙합음악을 들으며 잠깐 동안 유체이탈을 했음. 이제 내 차례가 다가오자 갑자기 생뚱맞은 게 걱정되었다. 평소에 위장이 개복치인지라 가스도 많이 차고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 긴장을 빡시게 하면 볼일을 보곤 하는데 항문검사를 하다가 혹시 모를 불상사를 염려하게 되었음... 가스 빠지는 지압을 하며 그렇게 이름이 불리고 원장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굉장히 인상이 좋은 남자의사선생님이셨음. 증상을 말하고 바로 옆에 있는 침대에 누워서 엉덩이를 깠다. 

 

구글 이미지

 

정확히 이 자세로 누워야 했는데 20대 뇨자가 모르는 사람 앞에서 이 자세를 하고 누워야 한다는 게 정말 수치스러웠다ㅋㅋㅋ

 

항문사진을 의사선생님과 함께 보며(^^) 치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사진을 보니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내가 봐도 항문탈항이 된 부분이 유난히 부풀어오른 모습으로 응, 너치질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의사선생님은 환자분이 불편하지 않고 아프면 수술은 안 해도 되지만 조금 불편하다 싶으면 수술을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나에게 선택권을 주셨다. 치질 진단을 받기 전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었지만 치질 진단을 받고 나니 이제 탈항된 부분이 세상 불편하게 느껴질 것 같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약물이나 자연적으로 치료될 수는 없을까요...?"

의사선생님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아...자연적으로 치유는 불가능합니다.."

 

 

혈변을 멈추게 해주는 지혈제와 유산균 등등의 약을 받아오고 집에 오는 길에 좌욕기를 구매했다. 아마, 이 글의 피날레는 치질 수술 후기가 될 것 같다.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나처럼 새빨간 혈변을 보거나 항문이 밖으로 튀어난 것 같다, 혹은 항문쪽이 아프다 하면 무조건 항문외과를 가는 걸 추천한다.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정말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ㅠ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에 해당 증상이 나타나는 지 알아야 해결방법도 알 수 있으니까...그리고 치질 증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부디 자신의 엉덩이를 소중하게 다뤄주길 바란다.....

-2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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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진단 받은 후 치질수술 받기로 결정하다 2탄

치질진단 받은 후기 1탄부터 이어집니다~ 20대 여자 항문외과 가서 치질 진단 받은 후기 1탄 오늘은 조금 더러운 치질에 관한 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아마 이 글의 마지막은 치질수술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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