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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리뷰

<넷플릭스 영화 옥자> 대사를 통해 본 "옥자" 그리고 육식

by jeaniel 2020. 10. 4.

 

1. 인제 완전 우리 건데, 옥자 

 

옥자는 애완동물이 아닌 고기용으로 쓰여질 가축동물이다. 미자의 할아버지는 축산업자로 옥자를 돈 받고 키우는 셈이다. 미자가 네 살때부터 함께 자라온 옥자는 미자에게 가축동물이 아닌 가족이 되었다. 이런 옥자를 보낼 수 없었던 미자는 아마도 할아버지에게 옥자를 사자고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문도삼촌(미란도 회사의 직원)이 산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돈을 받으러 오는 거냐고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할아버지는 무슨 소리냐며 진즉에 돈을 다 냈다고 말하자 미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치? 인제 완전 우리 건데, 옥자." 이 대사를 보면 옥자가 집에서 키우는 닭처럼_이후에 닭백숙이 되는_ 고기용 가축동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할아버지한테 옥자를 사오자고 말했던 것 같다. 다행히 결말은 미자의 말처럼 옥자는 완전히 미자네 가족 것이 된다. 옥자를 통해 받은 돈을 결국 옥자를 사오는데 쓰니까. 

2. 옥자랑 산으로 갈래요 

이 바램은 결국 옥자를 탄생시킨 미란도 회사의 사장 낸시에게 금돼지를 지불하고나서야 이루어졌다. 미자는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동물애호가 단체인 ALF는 옥자와 같은 슈퍼돼지들이 사실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유전자 변형을 통해 탄생된 동물들이라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밝히고 그들을 전부 구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는 굉장히 이상주의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수 만(혹은 수백만)마리의 슈퍼돼지들이 생겨났고 이들을 전부 탈출시킨다면 이들은 어디에서 지내게 될까? 이런 많은 수의 동물들을 감당할 땅이, 먹이가 마련되어있을까? 영화 후반부에서 옥자를 직접 구하기 위해 미자는 도축장으로 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옥자를 빼내어 함께 돌아가는 장면에서 그는 철창속에 갇힌 옥자와 똑같이 생긴 돼지들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한 돼지가족으로부터 새끼돼지를 받게 된 미자는 옥자와 새끼돼지와 함께 산으로 돌아간다. 미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옥자와 새끼돼지를 빼내는 것이었다. 사실 제 아무리 영화라 하여도 미자가 이 많은 슈퍼돼지들을 구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영화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끝이 난다. 


"옥자가 채식주의를 강요하는 영화는 아니다. 다만 가혹하고 잔인한 환경 속에서 동물을 대량생산 라인의 일부로 만든 공장식 축산에 대해 되짚어 보고 싶었다"

봉준호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우리에게 채식을 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는다. 네가 좋아하는 닭백숙을 했다고 미자에게 말하는 할아버지의 대사나 물고기를 잡는 미자의 모습도 나온다. 그러나 영화 속 닭과 물고기의 모습은 우리의 고기로 쓰여지는 가축동물들이 지내는 환경과 차이가 있다. 방생된 닭과 물고기를 잡아먹는 미자네 가족과 좁은 환경에서 약물을 맞고 자란 동물을 먹는 우리들의 모습이 다르듯이 말이다. 봉준호 감독은 미자네 역시 육식을 하긴 하지만 자신들의 고기가 돼주기 위해 한 개체의 삶을 망가뜨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완전한 채식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처럼 과하게 육류를 소비하는 습관을 버리고 육류를 덜 소비하게 된다면 동물들의 복지는 물론 환경파괴를 막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영화는 오늘날 손쉽게 오늘날 사치스러울 정도로 육류를 과하게 소비하는 문화 속에 숨겨진 축산업의 문제점들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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